야간이나 휴일에 아이가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체 응급실 중 소아환자를 진료하는 곳은 5군데 중 한 곳, 24시간 소아환자를 진료하는 응급실은 전체 응급실 중 10% 미만에 불과합니다. 소아 응급환자의 응급실 뺑뺑이 뉴스를 접할 때마다 아이 키우는 부모 가슴은 철렁 내려앉습니다. 호남권에서는 전주 예수병원이 유일하게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강원도에는 한 군데도 없습니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중 64%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지방에 있는 일부 센터는 전문인력이 부족해 재지정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소아를 진료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은 계속 줄고 있는데, 남은 의사들마저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야간이나 휴일에 아이가 아프면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요?
글 조기혜
성북우리아이들병원 튼튼센터장
Q_소아 응급환자는 성인 응급환자와 어떻게 다를까요? 보호자들이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위험 신호는 무엇일까요?
A_아이들은 아프거나 불편한 증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성인에 비해 경증과 중증을 구분하기도 어렵고, 경증이던 증상이 갑자기 중증으로 진행하는 일도 흔합니다. 가령 두 돌 전 누구나 한 번은 앓고 지나간다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감염되면 처음엔 기침, 콧물 같은 가벼운 감기 증상만 있다가 갑자기 호흡곤란을 보이면서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아 응급환자에서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가장 큰 위험 신호는 열이 몇 도까지 올랐는지, 얼마나 오래 열이 안 떨어지는지, 몇 번 토했는지, 이러한 숫자가 아니라 아이의 상태입니다. 아이가 축 늘어져 있는지, 지나치게 보채지는 않는지, 안색이 창백한지, 소변은 잘 보는지, 의식은 또렷한지, 자극에 잘 반응하는지와 같은 전신 상태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Q_아이가 아플 때 보호자들이 가장 헷갈려하는 상황은 무엇이며, 실제로 소아가 응급실을 찾는 대표적인 증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_아이가 아플 때 보호자들을 가장 헷갈리게 하는 것은 지금이 응급조치가 필요한 상황인지 아닌지 혼자 판단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입니다. 당장 응급조치가 필요한 상황인데 머뭇거리다가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쳐서 아이 생명이 위태로워지거나 장애를 남기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에 일단 응급실을 찾게 됩니다. 하지만 의료진이 생각하는 응급 상황과 보호자가 우려하는 응급 상황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응급실은 접수 순서가 아닌 트리아지(triage, 응급 상황 시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치료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환자 분류 체계)에 따라 환자를 치료하기 때문에, 한밤중의 소란은 허무하게 마무리되고 몸도 마음도 더 지쳐서 집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소아가 응급실을 찾는 대표적인 이유는 의식소실이나 경련, 호흡곤란 같은 심각한 증상이 아닙니다. 열이나 구토, 복통같이 낮 시간에 소아청소년과 외래에서 흔히 보는 증상이거나 떨어지거나 부딪히거나 이물을 삼키는 등의 사고로 응급실을 찾습니다.
Q_야간이나 휴일에 열나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 기준이 있을까요? 위험한 열은 어떤 것일까요?
A_발열은 소아가 응급실을 찾는 압도적인 이유입니다. 열이 나는 것은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보호자들은 ‘몇 도까지 열이 나면 응급실에 가야 해요?’, ‘며칠 이상 열이 나면 위험해요?’, ‘열 때문에 머리가 나빠지나요?’, ‘해열제를 먹였는데도 열이 안떨어지면 어떻게 해요?’와 같은 질문을 많이 합니다. 진심으로 걱정되기 때문이죠. 열이 나면 일단 해열제를 먹여볼 수 있습니다. 해열제를 먹이면 체온이 1도에서 1.5도가량 떨어집니다. 해열제를 먹였는데 체온이 그대로라면 해열제를 먹이지 않았을 경우 체온이 1도 내지 1.5도 더 오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거죠. 해열제를 먹이는 목적은 정상체온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해열제의 해열효과와 진통효과를 통해 아픈 아이를 조금 편안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열은 원인 질병에서 회복되어야 사라집니다. 해열제를 열심히 먹인다고 해서 병의 경과를 단축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가 열이있는 동안에는 기운이 없다가 열만 떨어지면 다시 잘 논다면 해열제를 먹이면서 지켜보다가 다음 날 일찍 다니던 소아청소년과에서 진료를 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발열로 인해 야간이나 휴일이라도 소아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을 추천하는 경우는 1) 생후 6개월 이전의 아기가 열이 날 때, 2) 복통·설사·구토를 동반한 발열, 3) 소변볼 때 아파하는 경우, 4) 해열제를 복용하고도 목과 귀를 많이 아파할 때 등으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바로 응급실을 찾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경우는 1) 경련이나 의식소실 등이 동반될 때, 2) 8시간 이상 소변을 보지않아 탈수가 의심될 때, 3) 아이가 늘어지거나 창백하거나 보챔이 심할 때, 4) 호흡곤란이 동반될 때, 5) 몸을 움직이거나 만지면 아파할 때 등으로 요약해볼 수 있습니다.
열이 날 때는 해열제를 우선적으로 먹이고 미온수로 마사지를 해주는 것은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사용합니다. 해열을 위해 미온수 마사지를 단독으로 시행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또한 해열제는 여러 제제를 교차 복용하는 것보다 단일 제제를 하루 최대 용량과 횟수만큼 복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아이가 열이 있더라도 잘 잔다면 굳이 깨워서 해열제를 먹일 필요는 없습니다. 열성경련을 할 경우에는 편평하지만 너무 딱딱하지 않은 바닥에 아이를 눕히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기도를 확보합니다. 경련 중인 아이의 몸을 세게 붙잡거나, 흔들거나, 손발을 주무르거나, 손발을 따거나, 입안에 손을 넣지 않습니다. 또한 경련 중인 아이에게 해열제를 먹여서는 안 됩니다. 대부분의 경련은 5분 이내에 멎고 뇌손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드물지만, 5분 이상 경련하거나, 경련을 반복하거나, 경련을 멈춘 후에도 의식이 없거나, 전신이 아닌 부분 발작을 하거나, 열 없이 경련하는 경우엔 응급실을 방문합니다.
Q_야간이나 휴일에 복통, 구토, 설사와 같은 소화기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할 위험 신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_복통, 구토, 설사와 같은 소화기 증상은 아이들이 장염에 걸렸을 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급성 충수염처럼 수술이 필요한 질병이나 장중첩증같이 시술이 필요한 질병과 감별해야 합니다. 급성 충수염은 오른쪽 아랫배의 통증을 호소하는 특징이 있고, 장중첩증은 주로 2세 미만의 아이가 주기적으로 보채면서 구토를 하거나 딸기잼처럼 보이는 혈변이 나올 경우 의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술이나 시술이 필요한 모든 소아가 특징적인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라서 많이 아파하거나 구토를 반복하거나 녹색을 띤 담즙성 구토를 하거나 탈수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아 아이 상태를 확인받는 것이 좋습니다. 탈수가 동반되면 기저귀를 가는 횟수가 줄어들고, 소변을 보지 않거나, 눈과 입이 마르고, 대천문이 움푹 꺼진듯이 보이거나, 손발이 차갑고, 아이가 늘어져 보입니다. 물론 기침을 많이 하거나, 뇌출혈이나 뇌손상, 과식을 했거나, 뇌염이나 뇌수막염, 심근염, 중독이나 대사장애에서도 구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Q_아이가 낙상했거나 이물을 삼켰을 경우 응급실에 방문해야 하는 기준이 있을까요?
A_아이들 낙상은 거의 가정 내에서 발생하고 대부분 1m가 안 되는 높이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모차나 아기 침대, 쇼파 같은 곳에서 떨어지는 경우입니다. 뇌손상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아이가 처지거나, 보채거나, 구토를 반복하거나, 두통을 호소하거나, 반복적인 질문을 하거나, 질문에 대답을 잘 못하거나, 만져지는 두개골 골절이 있거나, 의식이 안 좋거나, 경련이 동반되거나, 이상행동을 하거나, 교통사고 등의 원인으로 외상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뇌내출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CT 촬영을 해야 할 수 있으므로 응급실을 방문합니다. 4세 미만의 아이들이 이물을 삼켜서 응급실을 방문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따라서 4세 미만 아이 주변에는 삼킬만한 물건을 놓아두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땅콩이나 아몬드 같은 견과류, 포도나 방울토마토처럼 작고 동그란 과일, 버튼 배터리(동전 배터리, 디스크 배터리라고도 부름), 2개 이상의 자석을 삼켜서 목에 걸렸거나 삼킨 것으로 의심될 경우에는 반드시 응급실을 방문합니다. 버튼 배터리가 아이 식도에 걸리면 6시간 만에 식도를 녹일 수 있으므로 빨리 제거해야 합니다. 또한 어른들의 약도 잘 보관해야 합니다. 당뇨나 심장병 약은 소량으로도 아기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Q_야간이나 휴일에 호흡기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하는 위험 신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_후두염이나 천식, 모세기관지염 등으로 인해 아이가 호흡곤란을 보이면 야간이나 휴일이라도 빨리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컹컹거리며 개 짖는 소리 같은 기침을 하거나, 목소리가 쉬거나, 숨을 들이마실 때 헉헉거리는 마찰음이 들린다면 후두에 생긴 염증이 원인이 되어 호흡곤란이 생긴 것이므로 빨리 병원에 방문합니다. 또한 숨을 내쉴 때 쌕쌕 소리를 내며 숨이 차 보이거나 숨이 차서 말을 잘 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진료를 받습니다. 숨이 차면 아이는 창백하고 불안해 보이거나 숨을 쉴 때마다 갈비뼈 아래로 피부가 쏙쏙 들어가는 함몰을 보일 수 있습니다.
Q_야간이나 휴일에 아이가 아플 경우 보호자가 어떤 의료기관을 선택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있을까요?
A_응급실에는 소아를 전문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의료진이 없을 수 있습니다. 또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중증이나 증등증 소아 응급환자를 진료하기 위한 곳입니다.
중증이나 중등증 응급 상황이란 1) 심정지, 중증 외상, 호흡곤란으로 인해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한 경우, 2) 심근경색, 뇌경색, 의식장애, 토혈 등으로 생명이나 신체기능에 잠재적인 위협이 존재하는 경우, 3) 호흡곤란, 오심, 구토, 복통, 두통 등으로 잠재적인 위협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응급실을 방문하는 소아 중 3분의2 이상이 경증 응급 상황에서 병원을 방문한다고 합니다. 소아의 중등도를 보호자가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야간이나 휴일에 아이가 아플 경우 1차적으로 달빛어린이병원이나 소아청소년 24시간 전문의료센터에서 진료를 받고 의료진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합니다. 달빛어린이병원이나 소아청소년 24시간 전문의료센터는 전문적인 소아진료가 가능하고, 응급실보다 접근이 용이하고, 비용 부담도 적고, 대기시간도 짧습니다. 우리에게 아직은 생소한 소아청소년 24시간 전문의료센터는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소아청소년과 필수특화 전문병원으로, 365일 24시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야간이나 휴일에도 검사실 검사, 영상의학검사, 수액 치료가 가능하고 필요에 따라 입원치료를 하거나 트리아지에 따라 집중치료나 수술적 치료가 신속히 요구되는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판단해줄 수 있습니다.
Q_실제 응급실 현장에서 의료진이 보호자들에게 가장 자주 당부하는 사항은 무엇이며, 응급실을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요령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A_의료진이 트리아지에 따라 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입니다. 또한 119는 택시가 아니므로 119에 환자이송을 요청했다면 환자 상황에 맞는 이송병원은 전적으로 구급대원에게 맡겨주셔야 합니다. 119가 아닌 개인이 환자와 함께 이동할 경우 진료 가능하다고 포털에서 안내한 병원이라도 전화로 진료 가능 여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출발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중증외상센터,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중증이나 중등증 응급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곳이므로 경증 응급환자들은 접근이 가능한 지역응급의료센터나 달빛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 24시간 전문진료센터에서 우선 진료를 받음으로써 응급의료체계에 속한 각 기관들이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모두가 협력하는 것입니다.
Q_보호자가 야간이나 휴일에 아픈 아이들을 진료하는 의료기관을 찾으려면 어떤 정보와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나요?
A_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포털 E-Gen을 이용해 내가 있는 곳에서 가까운 응급실과 달빛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 24시간 전문의료센터를 검색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부에서 시범 운영 중인 소아전문상담 아이안심톡(아e안심tok)을 통해 아이 상태에 대한 상담을 받아볼 수도 있고, 보건복지상담센터 129에 문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조기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자 소아응급의학 세부전문의다. 성북우리아이들병원 튼튼센터장,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외래교수,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류협력 부교수, 아동권리보장원 국제분과위원회 외부위원, 조선일보 유튜브 ‘아이가 미래다 육아 똑똑똑’ 진행자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