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고 심폐소생술로 살려낸 의인들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가슴 따뜻한 사연이다. 급작스러운 심정지로 위기 상황에 처한 어르신의 소중한 골든타임 4분을 지켜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들이 있다. 심폐소생술로 귀한 생명을 살린 훈훈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글 편집실 사진 백기광, 송인호
위급한 상황이라 더 빛난 침착한 대처
2023년 4월 21일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수가개발부에 잊지 못할 특별한 날로 기억된다. 이날 직원들은 업무 추진 현황과 향후 계획을 공유하고 소통과 화합을 위해 제천으로 워크숍을 떠났고, 점심식사를 하려고 한 식당을 찾았다. 사람이 많아 시끌벅적하던 식당이 갑자기 조용해지면서 의료진을 찾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식사를 하던 어르신이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SOS 사인을 감지한 최수지 대리와 이서영·유소영 과장이 신속하게 달려갔다.
“할머니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쓰러져 계셨고, 남편으로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할머니를 부축하고 계셨습니다. 환자의 상태를 확인했더니 맥박이 뛰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계신 분들에게 119에 신고해주실 것 을 요청한 다음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의 의식이 돌아왔고 다행히 심박동도 뛰는 것을 확 인할 수 있었습니다. 상태가 안정적인 것을 확인하고 119에 인계해드린 뒤 식사 자리로 돌아와 부서원들에게 상황을 알리니 다들 많이 놀랐지만 무사하시다는 말에 안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자칫하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세 사람은 당황하지 않았다. 최수지 대리는 침착하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했고, 그 곁에서 이서영 과장은 기도를 확보하고 유소영 과장은 맥박을 체크하는 등 평소 익힌 심폐소생술 매뉴얼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주변에서 위급한 상황이 생겨도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은데, 세 사람은 몸을 사리지 않았다. 워낙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 무슨 생각을 하기도 전에 무의식적으로 몸이 먼저 움직였던 것 같다며, 무엇보다 환자가 무사해서 다행이라 말하고 환하게 웃는다.
어느 날 갑자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급성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생존율을 2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질병관리청의 분석 결과도 있는 만큼, 평소 심폐소생술 술기를 정확하게 숙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간호학과 재학 중에 심폐소생술을 익혔고, 병원에서 근무할 때도 주기적으로 교육을 받은 덕분에 안전하게 처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최수지 대리는 대학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몇 차례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며, 이번 기회에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한다.
응급 상황에서 소중한 생명을 살려낸 최수지 대리, 이서영·유소영 과장. 이들의 미담이 원내에 퍼지면서 주변에서 감사인사를 많이 받았다는 의료수가개발부 이창원 부장은 의로운 일을 용감하게 수행한 세 사람을 ‘의인 3인방’이라 부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겸손해하는 의인 3인방을 더 감동시켰던 일은 심폐소생술 덕분에 생명을 구한 황순자, 윤학규 부부가 감사 인사를 전하러 직접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방문한 일이었다.
고마움을 전하고자 찾아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일흔이 넘도록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이라 많이 놀라기도 했고, 어찌해야 할 줄을 몰라 의식을 잃은 아내를 무작정 안고만 있었는데 젊은이들은 확실히 다르더군요. 연약해 보이는 여성의 몸에서 그렇게 큰 힘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세 사람이 땀을 흘리며 최선을 다해 심폐소생술을 해준 덕분에 우리 집사람이 귀한 목숨을 구할 수 있어서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 말합니다.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새 생명을 얻은 감사함을 꼭 만나서 전하고 싶었다는 윤학규 어르신은 곧바로 식당 사장님에게 도움을 준 세 사람의 직장을 물었고, 최수지 대리와 이서영·유소영 과장을 만나기 위해 친히 원주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본원으로 찾아왔다.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남을 위해 제 일처럼 나서준다는 것이 얼마나 감동입니까? 각박해졌다고 해도 아직 세상은 따뜻하다는 것을 이 세 분 덕분에 느꼈습니다. 잘 몰랐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라는 기관이 좋은 일을 하는 곳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고요. 의술이 필요한 곳에서 인술로 승화하는 지혜롭고 총명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들이 되길 기원하겠습니다.”
어르신과 보호자께서 자신들의 손을 꼭 잡아주시며 고맙다고 말씀해주셔서 오히려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는 최수지 대리와 이서영·유소영 과장은 내내 걱정했는데 어르신의 건강한 모습을 확인하니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며 웃는다.
“심폐소생술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나 방법을 배워서 시행할 수 있습니다. 각 지자체나 보건소, 소방서 또는 소방안전체험관 등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심정지 상황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으니 위급한 순간에 내 이웃과 내 가족의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심폐소생술교육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심정지 상황이 발생하면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119에 신고하고, 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점, 꼭 기억하세요.”
왼쪽부터 의료수가개발부 유소영 과장, 이창원 부장,
최수지 대리, 이서영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