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할 때 수액을 맞고 싶어 하는 분이 많습니다. 병원에 가야만 맞을 수 있고, 다 맞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데도 선호하시죠. 수액 예찬론자인 지인에게 물어보니 주사를 맞으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같고, 맞는 동안 병원에 누워 있으니 회복되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수액이 정말 도움이 될까요?
글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수액의 한자는 나를 수(輸), 진액 액(液)입니다. 몸속에 진액을 나른다는 뜻입니다. 겉보기에는 비슷비슷하게 생긴 알약들도 몸속에 들어가면 다양한 역할을 하듯이, 그저 액체처럼 보이는 수액도 중요한 일을 합니다. 정맥주사로 투여하는 수액은 입으로 음식을 먹을 수 없거나 매우 적은 양만 먹을 수 있는 분, 탈수가 있어 전해질 보충이 필요한 분, 사고 등으로 급격하게 많은 체액이 손실된 분에게 필요한 영양소와 전해질 등을 공급해줍니다.
입으로 물이나 음식을 먹으면 위와 장을 통과하며 흡수되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지만, 정맥주사로 수액을 투여하면 흡수가 훨씬 빠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빠르게 많은 양을 투여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수액을 맞기 전 건강상태와 영양상태를 평가해 수액 투여 속도를 결정합니다.
성분에 따라 종류도 다양한 수액
병원에서 사용하는 수액은 성분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생리식염수, 포도당이 주로 쓰이는데, 여기에 칼륨 등 모자란 전해질을 추가로 넣기도 합니다. TPN (Total Parenteral Nutrition)이라는 종합영양수액도 있는데, 환자에 따라 필요한만큼의 영양분을 조합한 수액을 정맥으로 투여하는 것입니다. 여기엔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들어가는데, 만약 수액 색이 하얗다면 지방이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피로 해소를 위해 병원에서 투여 받는 수액으로 흔하게 사 용되는 5% 포도당은 1L에 약 200kcal로, 밥 2/3공기의 열량 정도라 영양을 보충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맥에 주사를 놓아 영양을 공급하는 것은 소화기관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경우에 우선적으로 추천되는 방법이 아닙니다. 주사는 피부와 혈관을 뚫는 침습적인 행위인데, 그 과정에서 감염이나 알레르기 반응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 수액이 혈관 밖으로 유출되거나 혈전, 부종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수액을 장기간 투여하면 소화기관의 기능이 점점 떨어지기 때문에 되도록 영양은 입으로 섭취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개인의 질환과 상태를 고려해야
입원 환자의 보호자께서 환자가 집에서보다 밥을 잘 못 먹는 것 같다며 제일 비싼 영양제를 달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음식이든 약이든 모든 이에게 일괄적으로 무조건 좋은 것은 없습니다. 환자마다 모자란 것과 넘치는 것은 각기 다르기 때문에 비싸다고 다 좋은 게 아닙니다. 개인의 질환이나 몸 상태에 따라 좋고 나쁜 것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당뇨가 있다면 피 속의 포도당 수치가 높기 때문에 포도당 수액을 갑자기 많이, 빠르게 투여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액 성분은 대부분이 물이기 때문에 고혈압, 심부전, 신부전 환자에게 과다하게 수액을 투여하면 갑작스럽게 혈액량이 늘어나서 혈압이 오 르거나 부종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또 간기능이 떨어진 분에게는 간성혼수 위험이 있고, 신장기능이 떨어진 분에게는 수분과 전해질의 균형을 맞추는 신장 기능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충분한 영앙과 수분 섭취, 휴식이 우선
수액은 원래 열이나 설사 등으로 탈수가 심하거나 입으로 영양을 섭취할 수 없는 환자들에게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정맥으로 투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포도당, 단백질, 지방이 모두 함유된 수액의 효능은 '경구 또는 위장관 영양공급이 불가능, 불충분하거나 제한되어 경정맥 영양공급을 실시해야 하는' 환자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건강한 사람들에게 영양 섭취를 위해 수액을 투여하면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누리기는 힘들죠. 입으로 먹는 것이 소화 기능 유지 등 여러 면에서 더 좋습니다.
수액 맞는 것을 좋아하는 분은 효과를 빨리 볼 수 있기 때문이겠지만 효과의 지속시간은 아주 짧습니다. 피로 해소를 위해서 수액을 맞았다면 그 직후에는 평소와 다른 느낌이 들 수 있겠지만 짧으면 수시간 이내에 효과가 사라집니다.
기운이 없거나 피로하면 수액을 맞기보다는 충분한 영양과 수분을 섭취하고, 푹 쉬는 것이 중요합니다. 쉬면 피로가 풀리는데도 이를 수액으로만 해결하려 하면 수액에 의존해 습관적으로 투여하게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정말 건강에 이상이 생겨 피로를 느끼는 것인데도 수액으로 일시적인 증상만 완화하게 되면 문제가 더욱 악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피곤하다면 영양 섭취와 휴식을 먼저 시도해보고, 피로를 너무 오래 느끼고 그 정도가 심하다면 혹시 모를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의학적으로 수액이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지만 수액을 맞고 싶다면, 본인의 상태에 어떤 것이 도움이 될지 의료진과 미리 상의 하시기를 추천합니다.
울산대학교병원에서 무균조제실을 담당하고 있는 약사. 병원 약사의 생활을 담은 블로그를 운영하고 병원약사회 홍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