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건강

20대부터 내 몸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

건강은 언제부터 관리해야 할까? 정답은 없지만 젊을 때부터 내 몸을 사랑하고 지켜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몸에 좋지 않는 것을 피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가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20대부터 건강을 지켜야 하는 이유, 지금부터 알아보자.

박민선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미국 하버드 보건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환경역학연구원으로 일했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와 대한노화방지학회 연구이사로 활동 중이다.

29세 여성이 결혼을 앞두고 건강검진을 받았다. 컴퓨터 작업을 주로 한다는 이 여성은 신장 160cm, 체중 42kg에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가 정상 수치보다 각각 30%, 200% 증가, 간손상지수가 50% 상승한 상태였다. 가끔 두통, 피로감을 느꼈지만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식사량은 적지만 나름대로 건강식을 먹고 있었고 저녁 식사는 자주 거르고 폭음을 하곤 했다. 월경 횟수는 연 6회, 게다가 지나치게 불규칙해 일정을 예측하기 힘들었다.

자연과 사회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는 몸

인간의 삶을 가장 간단하게 표현하면, 태어나서 자손을 낳고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것, 즉 내 유전자, 씨의 흔적을 대대로 남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도 다른 생물체와 같이 자연의 일부라,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연과 사회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50년 전 우리 유전자는 주로 곡물과 채소를 먹고 농사지으며 규칙적으로 자고 먹고 움직이던 환경에 익숙해왔다.

반면 요즈음은 어떤가? 달고 기름진 음식, 첨가물이 가득한 먹거리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데다 그마저도 제때 먹지 않는다. 또 하루 종일 움직이던 몸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면서 근육을 쓸 일이 없는 생활환경에 놓여 있다. 밤낮이 뒤바뀌기도 하고 오염된 공기와 자연환경 등 어느 것 하나 몸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없으니, 이런 환경 변화에 유전자도 적응이 어려워 변형될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기본에 충실하라

실제로 하루 1갑 이상 흡연하는 남성의 정자는 80%가 잘 움직이지 않고 비정상 소견을 보여, 난임 가능성을 높인다고 한다. 한 대형병원의 연구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선천성기형은 2.8배나 증가했다. 기형이 증가한 데는 첫아이 출산이 늦어지는 것도 원인이 되지만, 젊은이들의 건강상태와 체력이 나빠진 것도 큰 역할을 한다. 몸은 스스로의 건강과 생존이 위협받는 환경에서는 생식 활동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또 몸이 싫어하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면, 중년 이후에는 주로 질병을 일으키지만 젊은이의 경우는 유전자변이가 다음 세대에 전달될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즉, 나의 행동이 2세, 3세의 건강을 결정할 수 있 다 는 의 미이다. 따 라서 젊 어서부터, 특히 가임기에는 내 몸을 사랑하고 좀 더 신경 써 관리해야 한다.

‘내 몸을 사랑하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에서 배려와 리더십에 대한 교육은 받지만, 몸을 관찰하고 관리하는 법은 배운 적이 없어서다. 몸은 무언가 원하는 조건에 맞지 않을 때 증상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지나치게 피로하거나 짜증이 나기도 하고 소화가 잘되지 않는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질병이 없는데도 증상을 보이는 것은 뭔가 신체가 좋아하지 않는 생활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산 물건은 소중히 여기지만 하나뿐인 자신의 몸을 아끼고 사랑하는 법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또 젊은이들은 자신이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추구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몸에 해주어야 할 기본적인 부분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세상 모든 이치와 마찬가지로 기본에 충실해야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내 몸을 사랑하는 방법

그렇다면 젊은이들은 어떻게 몸을 사랑해야 할까? 첫째, 몸에 좋은 것을 찾기보다는 해가 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흡연, 과음, 첨가물이 가득 든 자극적인 음식 등이 대표적이다. 젊었을 때는 한 끼 식사를 거르거나 하루쯤 운동을 하지 않는다고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과도한 흡연, 과음과 같이 몸에 해로운 물질은 바로 몸에 변화를 가져온다. 잠시 방심하고 중요한 일을 위해 미루는 순간 몸이 고장 날 수도 있다. 게다가 식사를 거르고 잠도 못 자 체력이 떨어진 상태라면 제때 고장 난 곳을 수리해주지 못해 질병을 일으키거나 더 안 좋은 형질을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게 된다.

둘째, 되도록 규칙적으로 생활하도록 노력한다. 몸은 주어지는 대로 반응한다. 불규칙적으로 먹고, 자고 움직이면 그에 따른 몸의 반응도 예측하기 어려울 것은 자명한 이치다. 자식에게 더 많은 재물 대신에 건강한 신체를 물려주고자 한다면, 젊어서부터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관리해야 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 무리하거나, 몸에 안 좋은 것을 피할 수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다음에는 반드시 휴식과 근력을 쓰는 운동이라는 치료를 해주어야 한다. 우리 몸은 가능하면 고치고 회복하려는, 생존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따라서 몸이 싫어하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피할 수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선택은 항상 스스로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