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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만성폐쇄성폐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은 만성염증이 소기도 질환 또는 폐실질의 파괴로 이어져 공기 흐름의 제한이나 폐쇄가 일어나는 등 지속적으로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이 질환은 유전적으로 취약하거나 폐 성장에 문제가 있는 경우 더 잘 나타날 수 있다.

김성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추세와 전망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만성폐쇄성폐질환은 2020년 세계 10대 사망원인 중 3위에 올랐으며, 2019년에 한 해에만 300만 명이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또 WHO는 2050년에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세계 사망원인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고, 2060년에는 약 500만명이 이 질환으로 사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에서는 2020년 사망원인 중 11번째로 거론되지만, 전 세계 유병률을 볼 때 상당히 저평가된 통계일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08년 국민건강영양조사결과 분석에 따르면 만성폐쇄성폐질환 유병률은 40세 이상의 남성에서 19.4%, 여성에서 7.9%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 빅데이터개방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약 20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질병 특성상 호흡곤란이 수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환자의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상당한 사회경제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주요 증상, 호흡곤란

만성적인 호흡곤란은 만성폐쇄성폐질환에서 가장 특징적인 증상이다. 기침과 객담은 약 30%의 환자에게 발생한다. 기류 제한으로 천명음이 나타날 수 있으며 흉부 압박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중증으로 진행되면 피로, 체중감소, 식욕부진이 흔하게 나타나며 이런 증상이 있으면 환자의 예후가 좋지 않다. 중증에서는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동반될 때도 있어 관심이 필요하다.

만성폐쇄성폐질환에서 나타나는 호흡기 증상들은 악화와 완화를 반복하다가 수년 후 기류 제한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특별한 증상 없이 기류 제한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10년 이상 흡연한 40세 이상이거나 만성적으로 유해한 입자에 노출되는 사람은 폐기능검사를 받아 기류 제한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만성폐쇄성폐질환, 어떻게 진단할까?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지속되거나 점차 악화되는 기침 ▲반복되는 천명음 ▲반복되는 하기도감염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위험 요인(흡연, 만성적인 유해 입자 노출 등)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폐기능검사를 통해 기류 제한이 있을 때 진단한다. 환자의 증상이나 위험 요소가 진단에 필수적이지는 않으나 여러 요소를 동반할수록 만성폐쇄성폐질환일 가능성이 커진다.

폐기능검사에서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한 후 FEV1/FVC(1초 동안의 강제 호기량/노력 폐활량) 값이 0.7 미만인 경우를 기류 제한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중증도는 1초 동안의 강제 호기량 정도와 악화 병력, 증상의 정도를 종합해 판단한다. FEV1이 예측치의 80% 이상이면 GOLD 1단계, FEV1이 예측치의 50~79%인 경우 GOLD 2단계, 30~49%인 경우 GOLD 3단계, 30% 미만일 때 GOLD 4단계이며, 단계가 올라갈수록 더 중증에 해당한다. 악화 병력의 경우 1년에 2회 이상 중증 이상의 악화가 있거나 1회 이상 입원해야 하는 악화가 있을 때 상대적으로 중증에 해당한다. 환자 증상의 경우 mMRC 점수(table 1)가 2점 이상이거나 CAT 점수(Figure 1)가 10점 이상일 때 상대적으로 중증에 해당한다.

흡입기와 약물을 통한 증상 완화

만성폐쇄성폐질환은 만성적인 기도 이상 상태가 손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치료는 완치보다는 관리를 통해 호흡 증상을 완화하고 악화를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둔다. 흡입기는 약제를 직접 기관지에 투여함으로써 최소한의 약제를 이용해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약물치료 기구이다. 흡입기에 들어있는 약물은 크게 기관지확장제와 흡입성 스테로이드제로 나뉜다. 기관지확장제는 기도 평활근의 긴장을 조절하여 기도를 넓혀 호기 기류를 호전시킨다. 또 폐의 과확장과 운동 기능도 호전시킨다. 기관지확장제로는 베타-2 작용제와 항콜린제가 사용된다. 흡입성 스테로이드제는 기관지의 염증 조절을 위해 사용하나 임상적 적절성이 완전히 정립되지는 않았다.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는 끈적한 객담이 있을 때도 있어서 증상 조절을 위해 점액용해제를 사용할 수 있다. 점액용해제를 규칙적으로 사용하면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악화를 늦추고 건강상태도 호전시킬 수 있다.

만성폐쇄성폐질환 예방을 위한 금연

만성폐쇄성폐질환의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금연이다. 흡연이 만성폐쇄성폐질환의 가장 흔하고 중요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만성폐쇄성폐질환 진단은 환자가 금연할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이른 나이에 진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오염된 공기 환경을 최소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실내에서 나무를 태우는 것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실내 흡연이나 집을 지을 때 사용하는 건축자재, 음식 조리 시 사용하는 연료나 살충제, 청소를 위해 사용하는 화학물질들이 실내공기오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가정용 환기 시설을 개선하고 공기오염이 적은 요리 시설, 연통 사 용 등 실내공기오염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내공기오염뿐만 아니라 대기오염도 만성폐쇄성폐질환의 급성 악화에 중요한 요인이다. 대기오염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입원 횟수를 늘리고 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대기오염이 심할 때는 되도록 야외 활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

직업적 노출도 만성폐쇄성폐질환의 발생에 중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실리카와 석면은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만성폐쇄성 폐질환 발생의 위험 요인이다.

규칙적인 운동과 적절한 영양 섭취는 만성폐쇄성폐질환 관리에서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은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의 폐 기능 저하 감소 및 악화의 감소와 관련이 있다. 적절한 영양 섭취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의 발생과 진행을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과일과 채소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의 빈도를 줄여주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의 체중 및 근육감소는 운동 능력을 떨어뜨리며 사망률 증가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적절한 식사와 함께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준다면 만성폐쇄성폐질환 관리에 더 도움이 된다.

백신 접종도 환자의 만성폐쇄성폐질환 악화를 예방하는 데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인플루엔자 백신, 폐렴구균 백신의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모든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에게 접종을 권장하는데 그 이유는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의 하기도감염과 사망을 줄여주기 때문이며, 특히 고령 환자에게 더 효과적이다. 폐렴구균 백신은 65세 이상의 모든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에게 접종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