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해외여행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해외여행 계획을 세우려면 자신의 건강 상태도 고려해야 하는데 호흡기질환이 있는 경우는 특히 그렇다. 고산지로 여행하거나 비행기 탑승으로 고도가 높아지면 저산소증이 생길 수 있고 호흡기 감염증도 주의해야 한다.
글 김진형 울산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울산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중환자집중치료와 폐렴, 폐결핵 등을 전문분야로 진료하고 있다.
우리 몸은 고도가 높은 곳에서 동맥혈산소분압(혈액 내 산소량을 나타내는 지표, 정상은 약 90~100mmHg)이 낮아지지만, 6 0mmHg까지는 큰 불편함이 없다. 하지만 호흡기질환으로 인해 평소 동맥혈산소분압이 60mmHg 정도로 유지되는 경우 고 도가 높아지면 산소분압이 낮아지면서 의학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비행기 탑승 중 고도가 높아질 때 저산소증이 나타날 가능성을 예측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평소에 1층(12계단 정도)을 쉬지 않고 오를 수 있는지, 평지에서 100m를 쉬지 않고 걸을 수 있는지 테스트해보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가능하다면 비행 중 저산소증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출발 2주 이전에 폐기능 및 6분 보행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검사에서 심한 이상이 발견되면 비행기를 타기 전에 기관지확장제 등으로 폐기능을 활성화하고 필요에 따라 비행 중 산소를 흡입하면 저산소증 위험 없이 여행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조금만 빨리 움직여도 숨이 가쁘거나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이 있으면 여행 전에 진찰을 받아 호흡기 상태를 평가받고 대처해야 한다. 여행 전에 주치의로부터 병력과 약제명이 적힌 소견서를 받아두고, 평소 복용하는 약제가 있으면 충분한 양을 준비하도록 한다.
비행기 내 산소 사용 준비 철저히 해야
평소 4L/min 이상의 산소흡입을 하는 환자라면 비행기 여행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그 미만이라면 평소사용량보다 1~2L /min을 증량할 것을 권한다. 평소 산소흡입을 하지 않았더라도 비행기 탑승 전 산소포화도가 92% 미만이면 2L/min 정도 흡입하고, 92~95%이면 6분 보행검사를 시행해 산소포화도가 84% 미만으로 줄어들면 2L/min의 산소공급이 필요하다. 안정 시 산소포화도가 95%를 초과하는 경우에도 평소 100m정도 걷는 데 호흡곤란으로 잠시 멈추고 쉬어야 한다면 6분 보행검사를 시행한다. 이때 산소포화도가 84%미만으 로 감소하면 2L/min의 산소공급이 필요하 다. 산소포화도가 98% 이상이면 비행기 탑승 후 10,000m까지 올라가도 산소포화도가 95% 정도로 유지되므로 산소흡입은 필요 없다.
평소 경도의 저산소증이 있는 환자는 도착지 고도가 1,500m이상인 지역은 여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 카이로, 멕시코시티, 베이징, 타이페이, 방콕 등 공해가 심한 곳으로는 장기 체류를 피하는 것이 좋고, 불가피한 경우 치료약을 충분히 준비한다. 도시의 오염이 심할수록 폐질환이나 심장질환으로 사망하는 빈도가 증가하므로, 관련 질환이 있다면 이런 지역으로의 여행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기흉을 치료한 경우라도 비행기 탑승으로 고도가 높아지면 재발 가능성이 있고, 현재 기흉이 있으면 공기가 완전히 흡수된 후 여행해야 한다. 술, 과식, 수면제, 탄산음료도 저산소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천식 환자의 해외여행 시 주의사항
천식 환자는 해외여행 시 의료 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증상이 심해져 치료약이 더 필요할 수 있고, 심지어 약을 잃어버릴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그러므로 충분한 양의 약을 준비하고, 증상이 심해졌을 때 사용할 수 있도록 부신피질호르몬(40mg을 1주일 치 이상 준비)을 준비하고, 흡입기도 여분으로 따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 또 응급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알아두어야 한다.
여행 중의 환경 때문에 천식이 심해질 수도 있다. 비행기 안은 건조하며 온도가 낮고, 추운 지방을 여행할 때라면 찬 공기를 쏘여야 하며, 비포장도로에서는 먼지에 노출되고, 예상치 못하게 동물 털에 노출될 수 있다. 이처럼 천식이 더 악화될 수 있는 환경을 늘 고려해야 한다.
고산에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이 적어 증상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저온과 건조한 공기로 더 나빠지기도 하므로 상황에 잘 대처해야 한다. 증상이 나빠졌을 때에는 흡입기로 통상 사용하던 양의 2배를 흡입한다. 운동을 하기 전이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에 노출되는 상황 직전에는 기관지확장제를 흡입한다.
호흡기 감염증도 조심해야
여행 중에는 여러 사람과 만나고, 비행기나 자동차 등 환기가 잘 안 되는 좁은 공간에 있는 경우가 빈번해 공기로 전파되는 호흡기 감염증도 조심해야 한다. 호흡기 감염증을 일으키는 각종 바이러스는 공기뿐만 아니라 손과 손의 접촉에 의해서도 전파되므로, 다른 사람과 접촉 후에는 꼭 손을 씻도록 한다. 독감은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지방에서는 겨울에 흔하지만, 열대지방에서는 일 년 내내 유행한다. 따라서 여름이라도 열대지방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