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문화와 웰빙이 있는 병원’으로
중독치료의 새 지평을 연

김해 한사랑병원

2008년 개원한 김해 한사랑병원(이하 한사랑병원)은 영남권 최초의 중독 전문 치유기관으로, 알코올중독과 게임중독, 도박중독 등을 비롯해 모든 분야의 중독을 치유하고 있다. 또 보건복지부로부터 3회 연속 알코올질환 전문병원으로 지정되며 알코올의존증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과 활동, 재활치료를 통해 환자의 회복을 돕고, 건강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편집실 사진 윤선우

중독치료를 위한 효율적인 공간설계

한사랑병원이 개원할 당시만 해도 알코올중독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는 상당히 모순적이었다. 공익광고에서는 음주로 인한 사회적 손실비용이 연간 20조 원이 넘는다면서 술로 인한 폐해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알코올중독 환자들이 전문적으로 치료받을 곳은 마땅하지 않아 대부분의 알코올중독 환자가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상황이었다.

정신병원의 열악한 환경과 사회적 편견 때문에 가족들은 환자를 입원시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가졌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지 못해 심각한 상태에 놓인 알코올중독 환자들은 치료에 저항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의료진은 이런 환자들의 저항에 대응하는 데 치료적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입원 초기를 보내는 경우가 허다했다. 신진규, 김진원 원장은 정신과 전문의로서 임상현장의 이러한 어려움을 개선하고, 알코올중독 환자들만을 위한 치료체계를 갖춘 특화 병원을 설립하고자 의기투합해 한사랑병원을 개원했다.

“한사랑병원은 가족과 사회로부터 떨어져 치료받는 환자들이 더는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처음 병원을 지을 때부터 알코올중독 치료에 최적화된 병동을 설계했습니다. 원내에 운동장, 카페테리아, 도서관과 헬스장 등을 구비해 쾌적한 공간에서 휴식 같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치료 프로그램에도 문화적 요소들을 접목해 명상, 요가, 문학치료, 철학, 꿈 등 을 치료에 활용하면서 ‘문화와 웰빙이 있는 병원’으로서 새로운 병원 문화를 선도하는 병원으로 지속 성장해왔습니다.”

한사랑병원은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와 사회적응을 준비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출입이 자유로운 개방병동을 운영하고, 중독치료 전문병동에서는 처음 입원한 환자가 해독치료를 통해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주당 36개의 세분화된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재활 의지가 높은 환자들을 위한 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해 바깥 사회에 대한 적응력을 길러 완전한 사회복귀를 돕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여성 환자들을 위한 전용 병동도 마련돼 있다.

지역을 보듬는 중독전문병원의 역할

“개원 10주년 행사로 우리 병원에서 치료받고 퇴원한 환자들 가운데 1년 이상 단주를 유지하고 계신 분들과 그 가족들을 초청했었는데, 4층 대강당이 꽉 찼습니다. 많은 분이 회복의 길로 들어섰고, 본인의 회복을 넘어 AA모임(단주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면서 다른 중독자의 회복을 돕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사랑병원이 많은 분의 회복에 도움을 주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습니다.”

한사랑병원은 중독전문병원으로서 사명감과 자부심도 크지만, 아쉬움도 있다. 알코올중독은 재발 비율이 높은 질환인 만큼 예방을 위해 2주간의 퇴원 준비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는 환자들을 대할 때마다 안타까움과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중독질환과 회복은 개인의 힘만으로는 어렵기에 지역사회, 지자체, 국가등이 종합적으로 개입해야 할 사회적·국가적 질환이라 생각한다는 신진규 원장은 지역사회와 연계한 중독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한사랑병원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한사랑정신건강센터’를 열어 코로나블루를 비롯해 우울증과 정서적 문제를 겪는 이들을 위한 정신건강검진 및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변화와 정서적 침체로 예전보다 우울감을 겪는 분이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심리상담센터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어 치료가 필요한 분들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인식이 변화되어야 범국민적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 문제는 사회·경제적 차원의 문제이므로 국민정신 건강을 위한 사업이 활성화되어야 하며, 그 일환으로 ‘정신건강검진’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이에 한사랑정신건강센터는 정신건강검진의 대중화를 목표로 학교, 기업, 관공서와 연계하여 단체 정신건강검진을 실시해 현재 상태를 점검하고, 검사 결과를 통해 정신적·정서적 문제로 야기되지 않도록 심리상담, 힐링 프로그램, 병원 연계 등으로 개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알코올중독 전문병원의 사명감

현재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알코올질환 전문병원은 전국에 단 8곳(다사랑병원, 다사랑중앙병원, 예사랑병원, 아주편한병원, 온사랑병원, 주사랑병원, W진병원, 한사랑병원)밖에 없으며, 3년마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지정된다. 알코올전문병원의 기준은 환자의 66% 이상이 알코올중독 환자여야 하며, 필수 진료과목으로 정신건강의학과가 있어야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최소 4인 이상이어야 한다. 80병상 이상, 대학병원에 상응하는 의료 질과 서비스 수준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 등 전문병원 조건과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많은 인력과 시설을 투자해야 한다. 또 전문 치료를 위한 연구와 프로그램 개발, 지역 기관과 상호 협력체계 구축 등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지출해야 하지만, 수가적인 보상체계는 아쉬운 현실이다.

“중독환자의 치료를 담당하는 전문치료인력을 육성하는 비용과 시간은 다른 일반적인 환자를 진료하는 데 비해 3~4배의 열정과 에너지를 소모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젊은 전문의가 모두 기피하는 현실로, 우리 병원도 수년째 전문의 인력을 수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진규 원장은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입원환자가 급감해 적자운영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환자 관리에 대한 부분은 매우 엄격한 수준으로 요구되고 있어 전문병원은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 가운데 70, 80%가 알코올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 만큼 알코올 문제는 공공재의 필수요건으 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가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지요.”

신진규 원장은 중독을 난치병 혹은 자주 재발하는 병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치료만 잘하면 충분히 완치될 수 있는 병이라 강조한다.

“알코올중독을 개인적인 음주습관으로 치부하거나 만성질환으로 여겨 방치하지 않고,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건강한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병원의 역할이자 사명감이라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 중독환자의 재발률을 줄이고 치료 회복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환자와 가족들을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한사랑병원이 되겠습니다.